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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냈어요 라는 물음에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라고 답했다. 

 

선생님 : 마음은 좀 어떠세요? 고양이랑 잘 지내고 계셨어요?

 

나 : 음... 제가 성인이 된 후에 경제활동을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 뭔가 시험기간에 시험공부 안 하고 놀면서, 제대로 맘 편히 놀지도 못하고 불안해하는 그런 마음 같아요.

 

선생님 : 아하, 직장을 옮기거나 하면서도 한 번도 쉬지 않았나요?

 

나 : 20살 때부터 생활비를 벌어서 썼고,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한 회사를 8년을 다니고, 퇴사 후에는 남편 사업에 같이 뛰어들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컴퓨터에 뭔가를 기록하셨다. 

 

선생님 : 그러셨군요. 이런 상황이 낯설겠어요. 뭔가 해야 될 것 같은데 안 하고 있는 불안감도 들고.. 그런데 지금은 아예 기한을 정해놓고 쉬는 걸 추천해요. 예를 들어 2월 28일까지다, 혹은 2월 명절까지다 이렇게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는 실행은 하지 말고, 머릿속으로 즐거운 구상만 하는 거죠. 

 

나 : 사실은 치료를 받으면서 제가 계속 11월까지, 12월까지... 이렇게 미뤄왔거든요. 이제는 뭔가 해야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그래서 자격증 공부를 할까.... 하고 내가 공부해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을 좀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자격증을 따서 그걸 직업으로 삼고 싶은 건 없어요.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전 직장과 관련된 자격증들이고, 그 업으로 돌아가긴 싫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몇 년씩 공부해야 하는 고시급 자격증을 딸 수도 없고요. 공인중개사라거나 이런 적당한 자격증... 공부하면 딸 수는 있지만 그걸 따서 진짜 부동산을 개업하고 싶다? 그런 건 아니거든요.

 

선생님 : 그렇죠. 그냥 자격증은 보험 같은 거죠. 가지고 있으면 마음 편한 그 정도죠. 자격증은 ㅇㅇ씨가 5년뒤, 10년 뒤에도 원하면 딸 수 있어요. 지금 굳이 직업으로 원하지 않는데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건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어요. 

 

여기서 정말 궁금한 질문을 했다. 

 

나 : 그런데 선생님 왜 2월인가요?

 

선생님 : 실제로 겨울에는 채용공고가 잘 안 올라와요. 채용은 봄, 가을에 활발하구요. 때를 기다린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나 : 저는 재취업을 원하지는 않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요즘 채용 공고들을 가끔 보는데, 전직장에서 신입사원 때 받던 연봉보다 더 적은 돈을 주는 조건이 대부분이에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전 직장 급의 대기업들은 채용이 없고요. 이렇게 적은 돈을 받으면서 하루 9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게 왜 중요한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충격적이에요. 

 

선생님 : 그런 안 좋은 조건의 자리만 남아있는 걸 수도 있어요. 좋은 조건의 자리는 입소문으로, 또는 채용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지원자가 있어서 일찍 마감되거나 그런거죠. 

 

나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선생님 : 모든 직장이 다 전직장 같진 않아요. 그 트라우마가 있더라도 괜찮은 직장을 얻을 수 있거든요.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마음에 드는 조건의 직장을 얻으려면... 어쩌면 많은 정보를 알아봐야 할 수도 있어요. 경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신입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일해야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그 안에서 인간관계도 좀 만들고, 그렇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 : 네. 적당히 좋은 분위기에 적절한 근무시간이라면 ... 그렇게 일할 수도 있지요.

 

선생님 :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를 해야해요. 창업을 하거나 또는 프리랜서로 일을 했을 때 현실적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한가 이런 점들요. 이런 것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당장 지금 생활비가 없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끝을 정해두고 불안하지 않게 지내보도록 합시다.

 

지난주 원장님께서 우울증 약 용량을 조금 줄여도 좋을 것 같다는 소견을 주시고, 저녁에 1번만 먹는 약으로 바꿨다. 하루에 먹는 알약 수는 5개에서 3개로 줄었고, 밤에 자기 전 1번만 먹으면 되므로 많이 간편해졌다. 다만 이 약으로 바꾼 후 지독한 변비(!)가 생겼다. 생에 변비로 고생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뭔가 부끄러웠다. 인지상정인가?... 용기 내어 말씀드렸고, 이번 주 약에는 변비약이 추가되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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