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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수면시간이 길어지면 새벽에 꿈을 많이 꾸는 편인데, 요즘은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리 오래 자지 않는데도 꿈을 많이 꿨다. 

 

나 : 상황이나 서사가 아주 구체적인 꿈을 꿔요. 컬러풀하구요.

 

선생님 : 컬러풀한 꿈은 감정과 관련이 있어요. 쌓인 감정이 분출될 때 컬러로 꿈을 꾸게 되죠. 꿈을 꾸고 나면 피곤한가요?

 

나 : 피곤하진 않아요. 기분이 좋지는 않죠.

 

선생님 : 어떤 꿈을 꾸나요?

 

나 : 내용은 다양한데요. 오늘 새벽에 꾼 꿈은... 전 남편이 집에 돌아왔어요.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꿨는데 어떻게 알고 들어와서는, 집에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과 화장지를 잔뜩 사다가 쌓아놨어요. 그 일방적인 행동에 저는 너무 화가 났어요. 

 

선생님 : 어떤 의미가 있는 꿈이라고 생각하나요?

 

나 :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어요. 자고 일어난 지가 몇 시간 안 돼서...

 

선생님 : 음, 상당히 직설적인 꿈이라고 할 수 있죠. ㅁㅁ씨는 계속 집을 청소하고 물건을 버리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혹시나 남편이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그에 따르는 분노. 그런 것들을 보여주는 거죠. 

 

나 : 선생님, 3주쯤 후에 남편이 돌려주기로 한 돈이 있는데... 그 금액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마련하기가 힘든 금액이거든요. 그게 불안해요. 만약에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말로 여건이 안 돼서 돈을 못 돌려주게 된다면... 또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지루하게 끌고 나가야 하고.... 서류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말 압류딱지를 붙이고 그렇게 해야 할지.... 그런 생각이 계속 들고 불안한데, 불안하다고 해서 미래의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남은 시간 동안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대책을 세워두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기다렸다가 닥치면 생각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 혹시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친구는 없나요?

 

나 : ... 평소에 친구들과 고민을 공유하지 않는 편이라서.... (자신 없는 목소리로) 1명 정도...?

 

선생님은 역대 가장 어두운 표정을 지으셨다. 내가 의지할 가족이나, 다른 인간관계가 없음을 이미 알고 계시다.

 

선생님 : 그럼 지금 상의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 ㅁㅁ씨 혼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네요. 

 

잠시 말을 끊은 선생님께서는 본인이라도 같이 고민을 해줘야겠다는 그런 눈치였다 ㅋㅋㅋㅋㅋ

 

선생님 : 일단 남은 기간 동안에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걸로 하죠. 서류상으로 불리할 것이 하나도 없고, 결과는 또 모르잖아요. 남편분이 ㅁㅁ씨가 모르는 방법으로 돈을 구해올 수도 있는 거고. 실제로 돈을 다 받지 못하더라도, 법적으로 압류를 하는 행위는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끝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될 수 있고, 상대가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란 식으로 나오게 되면 남은 돈을 돌려받는데 더 많은 고통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되도록이면 원만하게 상환을 받는 것이 좋은데, 당분간은 이 문제는 생각하지 말고 지냅시다. 

 

선생님이 이혼 전문 변호사도 아니고 떼인 돈 받아주는 분도 아닌데 너무 선 긋지 않고 본인 일처럼 고민해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일을 상의할 사람이 정말 선생님밖에 없다는 것이 웃프기도 했다. 

 

선생님 : 요즘 ㅁㅁ씨의 마음은 어때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 

 

나 : 저는 잘 지내고 싶어요. 정말로요. 제 행복의 여부가 남에게 달려있는 것은 싫어요. 옆에 누가 있어도, 없어도, 혼자서도 이미 잘 지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께서는 무언가 메모를 하셨다. 일주일 뒤에 또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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